번역물/[번역] 다다미 넉장반 왕국견문록完 41

210407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59~p.166 대일본범인회

p.159 되물을 필요도 없을 만큼 또렷했다. 애매함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렇군요." 수학 씨가 중얼거리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돌아섰다. "갑자기 왜 그래요?" 수학 씨가 물었다. "질문해도 될까요?" "그러세요." "우리는 남녀로서 사귀고 있는 건가요?" "흐음, 안 사귀는 게 아닐까요?" "틀림없이 사귀고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는 함께 난젠지에도 교토시 동물원에도 기온 회관에도 갔고, 오늘은 이렇게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있으니까요." "함께 난젠지에 교토시 동물원에 기온 회관에 간다면,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본다면 사귀는 게 되는 걸까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확실히 빈약한 근거일지 몰라요. 적어도 수학적이지는 않습니다." "좋아요. 만약 나..

210406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53~p.158 대일본범인회

p.153 그녀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춥네요." "그렇네요." "시간 있으세요?" "조금이라면." "카페에서 몸을 녹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들은 자야마 역 승강장에서 내려와, 근처의 작은 다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수상한 남자들을 네 명이나 앞에 두고도 느긋하게 웃고 있었다. '꽤나 배짱있는 사람이 틀림없다. 아니면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거나.' 모자이크 선배는 그렇게 생각했다. 움푹 씨는 그녀의 미소가 왠지 무섭게 느껴져서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수학 씨는 늘 몸에 지니고 있던 볼펜을 꺼내, 종이 냅킨에 수식을 쓰기 시작했다. 단바 씨가 그에게 귓속말했다. "야야, 진정하라니까." 다방의 무뚝뚝한 주인이 물컵 여섯 잔을 들고 왔다. 수학 씨는 물을 단숨에 들이켰..

210405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47~p.152 대일본범인회

p.147 반은 타성으로, 반은 의무로 도색 영상을 물색하면서 모자이크 선배는 무명 군의 추방극을 떠올렸다. "선배님들은 제대로 존재하고 있다." 무명 군의 그 말을 되풀이하며 생각했다. "무명 군은 내가 도색 영상의 모자이크를 뺄 수 있는 걸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럴 리가 있나. 나라고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냐. 세상에 도움이 되려고 해도 내 능력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그는 중학생 때의 대소동을 기억해 냈다. 그가 차례로 만든 모자이크 없는 도색 영상은 반 친구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는 일시적인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영광의 시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영상이 교사와 부모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그는 하마터면 학교를 쫓겨나기 직전까지..

210404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42~p.146 대일본범인회

p.142 "보답받든 안 받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저는 그냥 세상을 위해 제자신의 능력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제 흔적을 근사하게 남기고 싶어요. 선배님들과는 달리 능력을 쓰지 않으면 전 정말로 그냥 공기가 되어버려요. 그 고통을 선배님들은 모르는 거예요. 다들 제대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존재감이 없더라도 난 무명 군을 동료로 인정하고 있는데." 움푹 씨가 서글픈 듯이 말했다. "우리로는 안 되겠니?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니?" "아, 움푹 씨, 너무 우울해 하지 말아줘. 또 다다미가."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 즐거워." 수학 씨가 망연자실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마약같은 행복이야. 그런 곳에서 찾아낸 가치로 살아가는 건 추천할 수 없어. 찰나의 행복이란 거다. 어..

210403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37~p.141 대일본범인회

p.137 그는 어떤 집단 속에 들어가더라도 존재를 알아채이지 못하는 희한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가장 나이 어린 신참이었던 적도 있는 지라, 동료들 사이에서는 무명 '군'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이래, 모든 졸업 사진에 찍히는데 실패한 '과거없는 남자'란 실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학교 축제에는 갔어?" 수학 씨가 단바 씨에게 물었다. "잠깐 얼굴만 내밀었어. 만돌린 길거리 설법을 해서 말이야. 성황리에 마쳤지." "그러고 보니 구경하러 갔다가 대충 만든 자체 제작 영화를 봤는데, 무명 군이 나오길래 깜짝 놀랐어." 모자이크 선배가 쾌활하게 말했다. "나간다면 나간다고 얘기해 주지 그랬니." "어떤 영화인데요?" 수학 씨가 물었다. "음, 뭐랄까. 졸린 영화였지. 근데 무명 군이 출..

210402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32~p.136 대일본범인회

p.132 "차라리 평범하게 애인을 찾는 게 빠를지도 몰라." "너라는 인물은 언제나 계속 번거롭게 돌아서 가는구나." 수학 씨에게는 '망상적 수학 증명에 의해 현실 세계에 물질을 출현시킨다'는 기괴한 능력이 있었다. 중학교 때 그 사실을 깨달은 그가 처음 출현시킨 것은 무지개색 쌀알이었다. 이어서 오뚝이 인형을 하나, 두루마리 휴지를 하나. 고등학교 마지막 날에는 학교 건물 상공에 물방울을 나타나게 했고, 졸업식은 장대비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수학원리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 다른 차원이 교차되게 함으로써 망상적 수학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존재를 증명한 물질은 두 세계 사이를, 양자역학에서 소위 말하는 '터널 효과'로 이동해 오는 것이었다. 쉽게 믿을..

210401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27~p.131 대일본범인회

大日本凡人會대일본범인회 직역 < 의역을 늘리는 대신 가독성을 잡아보자 p.127 이것은 어떤 학생이 제작한 영화의 초고가 되는 이야기이다. '대일본범인회'란 범인을 목표로 하는 비범인들의 모임이다. 때때로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함을 동경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평범함을 동경한다. 여기에 평범해지려는 다섯 명의 남자들이 있다. 그들은 거의 매일같이 다다미 넉 장 반에 모여서 서로를 격려하며 범인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들은 비범한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재능 때문에 그동안 쭉 외로웠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칫하면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들을 이물질 취급하며 집단에서 배제한다. 그들은 재능 때문에 번번이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 왔다. 더보기 これは或る学生による自主制作映画の原案である。 「大日..

210331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71~p.76 달팽이의 뿔 完

p.71 그 바보신의 사당에 올려진 그릇은, 도서관 경찰의 송년회 간사를 떠맡고 괴로워하는 남자의 마음 속 그릇 크기와 연동되어 있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우주와 우주는 그러한 식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고 해두자. 대일본범인회의 일원들이 '부와 명성과 아리따운 소녀와의 낭만적인 만남'을 기원하며 사기그릇 사발을 올려놓았을 때, 구로다니 근처 아파트의 어느 방에서 벽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던 남자의 그릇이 소주잔 크기에서 사발 크기로 커졌다. "그래." 그는 중얼거렸다. "어차피 뭘 해도 불평이 나올 거고 대혼란이 일어날 거야. 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고민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거라면 다 똑같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있는 힘껏 엉망으로 만들어 주겠다. 도서관 경찰 역..

210330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65~p.70 달팽이의 뿔

p.65 학생은 그 비명에 멈칫했다. 도마뱀이 떨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한 그는, 요도가와 교수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학점을 올려주는 것이 싫은 거라 생각했다. 울부짖는 교수에게서 학점을 뜯어낼 만큼 극악무도하지 않다며, 지금에서야 뒤늦게 신사인 척 나가려 했지만, 빙그르르 돌아선 그의 등에 요도가와 교수가 "기다려 줘! 도와줘!"라고 외친다. "왜 그러세요?" 학생은 도망치려고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할 테니......" "무슨 얘기야? 그런 거 상관 없어!" "학점 이야기 아닌가요?" "아니라니까! 이 도마뱀 떼줘! 제발!" "도마뱀?" "여기 있잖아! 여기 내 어깨에!" 학생은 겨우 교수의 어깨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발견했다. 교수는 요통으로 ..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61~p.64 달팽이의 뿔

p.61 이런 다다미 넉 장 반에 처박혀서 어떤 이득도 없이, 시시한 자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내 책임도 아니고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신이라는 것은 그러한 귀찮은 존재이다. 바보 학생들은 청춘시절을 허비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다가, 나아가 모든 책임을 나에게 떠넘긴다. 그러나 나도 특별히 좋아서 이런 다다미 넉 장 반에서 삼라만상의 바보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입장 상 마지못해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 뿐이다. 기분이 울적해서 멍하니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 이거 참 잘 지내고 계십니까. 히구치입니다." 상대는 쾌활한 목소리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봐, 너무 부담 없이 전화하면 곤란해." 나는 화를 냈다. "쓸데없는 용건이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