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물/[번역] 다다미 넉장반 왕국견문록完 41

210328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55~p.60 달팽이의 뿔

p.55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라고 학생은 황급히 가로막는다. "일단 그 털 많은 과일은 제쳐두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으음." "교수님! 교수님! 어떻게 해도 안 되나요?" "안 돼. 그건 어떻게 해도 안 돼. 딱히 유급하는 것도 아니고, 1년 더 성실하게 해내면 되는 정도의 얘기잖아. 출석일수를 채웠다 해도 저런 답안이라면, 아무리 나라도 학점은 올려줄 수 없어. 저런 걸 올려주면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한테 면목이 안서는 걸." "다다미 넉 장 반 통괄위원회는 말이죠......" "다다미 넉 장 반 통괄위원회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속여넘겨서 학점을 받다니, 그런 속셈은 너희들을 망칠 뿐이야. 사회 나가서도 그게 통하겠어? 나도 이건 봐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엄격해지는 거야. 처음부..

210327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50~p.54 달팽이의 뿔

p.50 가련한 만돌린 연주자를 제재하기 위해 그들은 무리 지어 아파트를 떠났다. 그러나 이과 학부 건물 식물원의 남쪽에 있는 표적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상대는 위험을 감지했는지 이미 도망쳐 버린 후였다. 그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원래부터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더 할 일이 없어졌다. 그들은 어슬렁어슬렁 밤산책이나 하기로 하고, 난젠지南禅寺를 향해 철학의 길哲学の道위를 걸어갔다. 계절은 6월, 길가에 넘쳐흐르는 풋풋한 신록도 고즈넉해지고,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시간이다. 동쪽 산 그늘이 길어지는 심야, 철학의 길은 어두웠고, 밤은 부드럽고 끈적하게 그들을 감쌌다. "어렵네" 라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여성이라는 개념 말이지. 수학적으로 말야." "역시 우리끼리 지..

210326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44~p.49 달팽이의 뿔

p.44 달팽이의 뿔 꼭대기에는 가모鴨강이 흐르고 있고, 그 양쪽으로 교토 거리가 펼쳐져 있다. 한가운데에 빽빽이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은 요시다吉田산으로, 그 남쪽, 구로다니黒谷라고 불리는 근처에 빈약한 다다미 넉 장 반 아파트가 있었다. 그 안의 어떤 방, 달마처럼 불퉁한 얼굴의 학생이 얼룩진 벽면을 보고 있다. 다다미 넉 장 반 한가운데 놓인 전기 히터가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며 그의 엉덩이 근처를 덥히고 있다. 청승맞게 구부정한 등에서 감도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이 녀석도 바보 같다. 그는 지금 인생 최대의 중책을 맡고 있었다. 그가 소속된 '도서관 경찰'의 송년회 간사를 떠맡은 것이다. 도서관 경찰이란 학생에 의해 운영되는 학내 자치기관 중 하나로 부속도서관에서 빌린 도서를 반납하지 않..

210325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38~p.43 달팽이의 뿔

p.38 사랑니가 첩첩이 쌓인 산들의 틈새를 한 학생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작은 배낭을 메고 물방울 무늬 수건을 매달고 있다. 취미로 산야를 뛰어다닐 정도로 힘세보이지도 않는 학생이었다. 오히려 빈약에 가까운 체격에 비틀비틀 걷는 발걸음은 무겁다. 어디까지고 울창한 나무숲과 덤불이 이어진다. 숲길을 벗어나 닥치는대로 헤매는 그의 앞에는 더듬거리며 찾아갈 길도 없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녹음진 늦여름의 산 표면을 쓰다듬는 바람소리와, 나뭇가지에서 우는 산새 소리, 그리고 비통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신음 소리 뿐이다. 구라마 산중에서 거의 한숨도 못 자고 공포의 하룻밤을 보낸 그는, 지금 마을을 찾아서 걷고 있었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초췌해진 얼굴에는 초조와 불안이 차고 넘친다. 알기 쉽게 말하면 ..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33~p.37 달팽이의 뿔

*달팽이의 뿔蝸牛の角 *蝸牛角上(かぎゅうかくじょう)の争い :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의 더듬이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하찮은 일로 벌이는 싸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p.33 '가로수 잎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에도 온 우주가 포함되어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모가모 신사의 동쪽, 건축연도도 확실치 않은 골동품 같은 아파트 '시모가모 유스이장'의 2층이었다. 다다미 넉 장 반에 빙 둘러앉은 4명이 우주적 규모의 토론을 하면서 늦여름의 밤을 보내고 있다. 토론의 발단은 바보신이었다. 바보신이란 교토에서 무익한 나날을 영위하는 것에 혈안이 된 학생들이 받드는 신을 말한다. 그 자못 공덕이 부족해 보이는 신은 어디에 있으신가 하는 화제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우주창제의 이론과 화엄종의 가르침이 뫼비우스의 띠..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26~p.30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건국사 完

p.26 하긴 과거에는 짐도 깊은 밤 포효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포효였다. 고교시절의 한심한 첫사랑과 대학시절의 실책 등 여러가지가 짐을 포효하도록 몰아세운 것이다. 이어서 포효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짐은 긍정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거라고 조금 감탄했다. 그러나 다다미 넉 장 반 왕국의 확립과 동시에 그런 긍정적인 포효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지금이라도 짐은 이따금씩 포효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안에서 용솟음친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다. 이 요새 어디선가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짐의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까지 닿았을 때, 장난삼아 그 포효에 응답해 본 것 뿐이다. 때로는 짐 외의 누군가가 다시 포효를 더해, 포효가 포효를 불러와 건물 전체가..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23~p.25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건국사

p.23 양자역학적으로 볼 때, 운명적인 인연이 수많은 장벽을 뛰어넘어 다다미 넉 장 반 왕국으로 올 확률이 0퍼센트라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혹은 짐이 구세계에 살 적에 몸에 익힌 인심 장악술을 구사하여 아름다운 여자를 이 다다미 넉 장 반에 꾀어들일 수도 있다. 광대한 다다미 넉 장 반 세계가 눈앞에 보인다면, 그녀는 인류 미답의 땅이 의외로 가까이에 있던 것에 놀라고, 신세계를 연 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할 것이다. 그러나 짐은 그런 하찮은 잡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짐의 유일무이한 싸움은 고독하게 치러져야 한다. 하나의 길을 연구하는 위인들이란 늘 고독했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은 싸울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하물며 싸우는 인간을 비웃는 등의 자격은 일절 없다. 넘어진 자를 ..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20~p.22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건국사

p.20 따라서 바닥을 정복하는 것은 세키가하라 전투 중에 갑자기 뛰어들어 세키가하라를 정복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슬기로운 제군에게는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갠 적 없는 이불을 기원으로 하는 열역학 제2법칙과, 책상 위를 기원으로 하는 열역학 제2법칙이 두 편으로 나누어 맹위를 떨치며 다다미 넉 장 반 왕국을 침식한다. 이들 이민족으로부터 왕국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때때로 절망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위대한 신의 손길에 맡겼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다다미 넉 장 반 왕국의 위대한 왕으로써 계속 군림하기 위해, 이 성전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잠시 기다리게나, 제군. 더보기 したがって床を征服するのは、関ヶ原の合戦中に横から乗り込んで関ヶ原..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7~p.19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건국사

p.17 짐은 벽을 여러가지 잡다한 책으로 꽉 채우고, 그 위에서 끊임없이 망상을 덧칠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지평선은 안쪽으로 한없이 넓어졌다. 이리하여 짐은 눈앞을 가로막는 벽을 정복하여, 광대무변하고 기름진 땅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다다미 넉 장 반 왕국을 알찬 국토로 만들기 위해 싸움을 계속 했다. 그 다음 변경은 제군이 상상했던 대로, 천장이다. 그동안 인류는 벽이라는 적에게 막혀, 방바닥 면적을 저주하기만을 급급해 왔다. 자신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다 눈물 젖은 다다미에서 용감하게 싸웠던 자들, 한 줌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벽이라는 적을 타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봐도 천장의 숨겨진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을 찾기는 드물다. 더보기 余は壁を種々雑多な書物によって埋め尽くし..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견문록 p.14~p.16 다다미 넉 장 반 왕국건국사

p.14 짐은 굴욕을 거부하고 슈뢰딩거와 절교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려는 뜻을 세웠다. 모두가 알다시피 짐은 초지를 관철하는 남자다. 슈뢰딩거와의 운명적 만남과 이별한 후, 비록 노력하면 알 만한 강의가 있다해도, 쉽게 이해해 버리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더보기 余は屈辱を拒否し、シュレディンガー氏と袂を分かった。その結果、理解できぬものを積極的に拒否しようという志を立てた。誰もが知っているように、余は初志を貫徹する男だ。 シュレディンガー氏との運命的な出逢いと別離を経た後、たとえ努力すれば呑み込めそうな講義があったとしても、軽々と腑に落ちるを潔しとしなかった。 袂たもとを分かった 절교한다. 志こころざしを立たてて 初志しょしを貫徹かんてつする べつりを経へた のみこむ 삼키다. 납득하다 かるがるけい‐けい ふにおちる..